산뜻한 하루
이번 주 왠지 더 출근하기 싫은 주였다. (오늘은 금요일)
지난 주에 면접과 코테를 몰아치듯 보고, 주말동안 푹 쉬기 위해 떠났던 여행의 끝에 차가 고랑에 빠지고, 덕분에 렌트카 반납시간 지연으로 패널티 내고.. 여튼 정신 없던 지난 주를 보내고, 월요일 지난 주 면접 보았던 스타트업으로부터 최종 합격과 코테를 보았던 회사로부터 1차 기술 인터뷰 제안이 왔다. 기분이 좋고 동시에 상당히 얼떨떨하고 그랬다. 결론적으로는 스타트업 제안은 정중히 거절하였고(뭔가 헤어진 전 애인처럼 여전히 아련한 마음이 든다..), 다음 주 인터뷰를 준비하기로 하였다. 되면 좋지만 안되더라도 길게 생각하기로 했다.
짧은 며칠 동안 많은 일과 큰 결정을 내리느라 진이 다 빠진 탓인지 그 이후 왜인지 번아웃 비슷한 느낌으로 지친 마음이 자리했다. 또, 회사를 그만두기로 마음먹자 왠지 회사 일을 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은 아이러니에 빠져 근무시간에 미친듯이 일을 했었다. 지긋지긋하고 짜증나는 회사지만 4년의 정은 무시 못하려나보다. 내가 떠나기 전 뭔가 좋은 걸 남겨두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랄까..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나의 욕심도 있고. 하여튼 회사 일도 열심히 하고, 퇴근해서도 면접 준비를 하다보니 뭐랄까 마음의 부담과 육체적 지침이 있었고, 그래서 아예 요 며칠은 퇴근하고 먹고 놀고 집가서 엎어져 있었다. 그런 다음 날이면 아침에 정말 출근하기 싫고, 컨디션이 굉장히 nienzo하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 부랴부랴 출근해서 눈도 못뜨고 커피떠오고 물떠오고 자리에 앉으면 마음이 꽤 많이 산뜻해진다. 날씨도 좋은 것 같고, 컨디션도 좀 괜찮아지는 것 같고. 지금도 살짝 마음이 산뜻해져서 일을 시작하기 전 글을 쓰고 있다. 이 산뜻한 마음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하지만 꽤 기분이 좋아서 아침에 한 알 꺼내먹는 초콜릿같은 느낌이다. 요즘 마음도 불안하거나, 해집어져 있을 때가 많은데 이 산뜻한 기분이 다 완화시켜준다.
작년 가을 쯔음 어떤 출근 길. 그날도 여전히 출근하기 싫은 날이었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나 하는 고민에 빠졌었다. 그때 문득 들었던 키워드가 “산뜻”이었다. 산뜻하게 살고싶다. 인생은 무겁고, 복잡하고, 불안하고, 바쁘고, 정신없을 때가 많은데,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산뜻함이다. 추상적이지만 왠지 몸도 가볍고, 날씨도 쾌청하고, 커피 한잔에 기분이 맑아지며, 일도 깔끔하게 하고, 사람들하고도 온화하고 즐겁고 소소한.. 여튼 그런 뉘앙스다.
하여튼 간에 한 시간도 못갈 나의 산뜻함을 잠시 얼려두기 위해 글을 썼다.
아! 그래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아침에 그지같고 귀찮고 다 하기 싫고 해도 일단 씻고 나오면 심지어 그게 회사일지라도 순간 산뜻한 열정이 생긴다는 것! 훗날 백수가 될 수도 있는 미래의 나에게 과거의 내가 꾸깃꾸깃 조언을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