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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임신, 그리고 불안한 커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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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부터는 이직한 회사로 출근을 했었다. 일도, 회사도 괜찮았다. 그런데 아주 큰 힘든 일이 있었다.

바로 팀이 3명 뿐이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지독하게 나를 괴롭혔고, 나머지 한 명은 정말 갓 출산을 하셔서 회사 일에 참견하기 어려우셨다. 팀장님과 대표님까지도 나의 편에 서서 도와주겠다 하셧지만, 실질적으로 함께 일을 하는 아주 소규모의 사람들 속에서 나는 8년 만에 지병이 악화되기 까지 하는 등 너무 힘들어서 결국 그만두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너무 마음이 편했는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임신을 했다. 나와 남편은 내년부터 애기 생각 슬슬 해볼까 하던 차라 너무 의외의 선물이긴 했다. 그렇지만 당연히 커리어 고민이 뒤따랐다.

임신 중 재취업은 당연히 어려울 거고, 애기 낳고 빨라야 1년 뒤 일할 수 있을 텐데 그럼 갑작스레 공백기가 2년이 생긴다. 경력이 4-5년 정도 있긴 하지만.. 개발자에게 이 시기 2년 공백은 영원처럼 느껴지고 두려움이 크다.

지금은 임신 13주차다. 이제 입덧도 좀 살 것 같고, 임신도 좀 적응이 되었다(?) 수영도 주 4일은 나가고, 머루랑 산책도 하고, 좀 돌아다니면서 우울과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으려 열심히 노력중이다. TMI로 지난 주 산부인과에서 아들이라고 했다.(빼박) 남자형제가 없어서 내심 딸이길 바랬는데.. 화이팅..! 사실 나는 좀 쉬는 동안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아닌 도큐먼트 엔지니어 쪽의 전향을 공부하려고 했었다. 그래서 이제 슬슬 공부를 해볼까한다. 임신 기간 중에 뭐라도 꾸준히 해놔야 나중에 취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지금 나의 불안한 마음을 좀 줄여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찾은 책은 한빛미디어의 <Docs for Developers 기술 문서 작성 완벽 가이드>이다. ‘강아지 음성 번역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 팀의 스토리를 따라가며, 개발 문서를 만드는 과정을 단계별로 배우도록 구성된 책이라고 하니 지루하지 않게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요즘 노트북으로 생산적인 작업을 해본 지 정말 오래되긴 했다. 공부도, 뭣도 이렇게 블로그에 글 쓰는 것도 실로 오랜만이다. 뭐랄까. 무섭고 두려웠다. 내 커리어가 일시정지(되었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중단된 것 같은 두려움)된 것과 임신을 했다는 것, 육아를 해야한다는 것, 내가 엄마라는 것(??!!), 남편이 외벌이가 되었다는 것 등등 갑작스런 변화에 의욕과 기력이 쭉 빠졌었다.

그치만 방법은 힘을 내서 차근차근 스트레스 크게 받지 않고, 지금의 상황에 행복해하고 감사해하며 지내는 것 뿐이라는 걸 알고 있다.

  1. 애기가 생긴다! 이렇게 쉽게 아기가 생긴 건 정말 감사한 일이고, 아기와의 인생은 행복할 것이다.
  2. 남편과의 신혼을 너무 행복하게 잘 즐겨서 아쉬움은 안 남을 것 같다.
  3. 남편이 돈을 열심히 벌어주고 있으니, 내가 힘들 때 회사를 그만둘 수 있었고, 임신한 지금 일 스트레스 없이 지낼 수 있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4. 지금 무리하지 않고, 공부하며 여러 커리어 방향성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시기가 있음에 감사하자.

요즘 읽고 있는 책인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이라는 책에서 이런 엇비슷한 구절이 나온다.

충분하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요즘 그리고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인 것 같다. 자꾸 조급하고, 욕심나고, 그래서 속상하고 우울에 덮혀살때가 있는데 늘 "이만하면 충분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인생에는 빈틈이 없이 행복할 거 같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