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사를 떠나며, 아주 개인적인 감상
만 4년 간 근무했던 회사를 마무리했다.
남은 근무일은 잔여 연차를 사용해서 아직 법적으로는 재직 중이지만, 여튼 백수 1일차임은 맞다!
오늘 안쓰면 쭉 안쓰게 될 것 같아, 지금 지난 회사를 떠난 아주 개인적인 회고를 작성해보려 한다.
시작
우선 내가 회사에 다니게 된 시작부터 기록하는 것이 좋겠다.
문화관광콘텐츠학과와 국어국문학이라는 다소 의아한 조합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여행사에서 약 7개월 간 근무를 했었다. 당시 나는 어렸고, 마음이 급했다. 20대 중반에 취업 준비가 안 된 한국인은 대개 우울하고 자존감이 많이 낮다. 어디든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여행사에 입사했고, 영업직은 나에게 최악이라는 교훈과 함께 퇴사를 했다.
의미론 수업 종강날 김진해 교수님의 말뭉치..NLP..인공지능.. 뭐 그런 특강을 들었었다. 너무 재밌었고, 흥미가 있었지만, 일단 미뤄두었었다. 퇴사 후 뭐할까 싶었던 나는 그 기억이 들어 일단 빅데이터 학원에 다녔다. 그 때는 SQL, python(텐서플로로 모델학습을 했던 것 같다)을 하며 처음 IT 기술에 접하게 됐다. 뭔 말인지는 하나도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취업하기엔 역부족이었고, Java 웹개발 학원에 다녔고 여전히 나는 아무것도 잘 몰랐지만 열심히 했다. 삼성 소프트웨어 아카데미에 다니다가 2달 정도 다니다가 이전 회사에 입사하게 됐다.
훗날 이 때의 선택을 몇 번, 그리고 꽤 후회했었다. 삼성 아카데미는 질 좋은 교육을 제공했으며, 어쩌면 내가 입사해서 배운 4년의 기술보다 더 많은 걸 배울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 이수했으면 IT 개발자의 호황기 시대(2021-2022) 였기에, 좋은 곳에 취업했을 것 같다. 하지만 절대로 후회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이전 회사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기 때문이다. 인생은 극단적으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는 것이 이런 연유일까. 커리어 상으로는 아쉽지만, 내 인생에서 커리어보다 훨씬 소중한 남편을 만났으니 사실상 최고의 선택이었다.
4년의 세월
만 4년을 거의 꽉 채웠기 때문에 현재 만 30살인 나에게 4년이라는 꽤 긴 인생을 이전 회사에서 보냈다. 4년이 쭉 한결같진 않았고, 몇 번의 전환점이 있었다.
- 입사 교육을 받고 LINE Bank Japan 프로젝트에 파견되다!
- 입사 교육을 받을 당시 우리 회사는 꽤 사정이 괜찮았다. 신입사원 교육도 이제 막 시작되었지만 체계적으로 진행할 의지를 보였으며, 그로 인해 동기들도 자부심이 있었다.
- LINE Bank Japan은 글로벌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회사는 전형적인 SI 회사였고,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적응해서 개발자로 성장하긴 어려웠다. 더욱이 금융 업무에는 관심이 1도 없는 나는 괴로웠다. 지금에와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사실 그래도 배우고 성장할 게 많은 프로젝트였다. 내가 조금 더 공부를 스스로 했거나 적극적이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근데 난 뭘 배울 수 있는지, 어떤 건지 너무 아무 것도 모르고, 누군가 이끌어주기만을 기다렸던 것 같다. 그래서 아쉬움도 남는 프로젝트다.
- 한편으로는 난 이 시기에 꽤 잘 놀아재껴서 후회가 없는 시기이도 하다. 운좋게 감사히도 좋은 친구들을 만나 정말 원없이 놀고, 수다떨고, 여행하고, 경험해보았다. 평생 마실 술의 90프로는 이 때 마신 것 같다. 1년을 신명나게 놀았다. 이렇게 놀면서 지금의 남편도 만났다 ㅋㅋ
- 사알짝 발 담갔던 BADA 프로젝트
- LINE Bank Japan 프로젝트가 일본 모회사의 의해 중도 무산되고, 본사에서 진행되는 동남아 대상 Saas 코어뱅킹 프로젝트에 투입되었었다. 약 1개월 반 정도 있었다.
-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오히려 더 없어진 체계 속에서 스스로 성장할 수 없다 생각했다. 또한 금융업은 여전히 관심이 없고. 어영부영 있다가 혼란의 틈을 타 기술 중심 팀으로 이동했다.
- 대표님에게 메일로 요청했는데, 지금 생각보면 배포도 컸고 운이 좋았다. 이 때 남편이 힘을 많이 실어줬는데, 감사해요!
- 거의 모든 걸 처음부터 배웠던 DevOps팀
- 그 후 나는 1년 반정도를 DevOps팀에 있었다. 이 팀에 오니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이 보였고(드디어), 뭘 알아야 하는지 배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 시기를 거치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키웠다.
-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기술적 스킬이 경이롭게 뛰어난 분들이었고 동시에 좋은 동료가 되어주시기도 했다. 거의 20-30년차인 대가 3명과 꼴랑 3-4년차였던 나 하나여서, 모두의 애정과 관심을 받으며 ㅋㅋ 동년배가 살짝은 그립지만 열심히 커캈다.
- 팀이라는 소속감을 가졌던 첫 팀이었기에 여전히 큰 애정이 남는다. 팀이 없어진 후에는 회사에서 팀이 살아남기 위해서, 어떤 전략으로 개발을 임해야 하는지, 나는 어떤 포지션을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회사는 사조직이다. 반드시 회사의 이익에 유의미한 일을 해야한다. 당장은 안되더라도, 가시적으로 유의미함이 보일 수 있고, 실제적으로도 이해관계자가 수긍할 수 있는 가치를 내야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언제나 나는 곧 떠날 사람처럼 일을 해야한다. 내가 떠나도 일은 지속되도록. 또 내 가치는 내가 올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열심히 일 해야 한다. 어디서나 잘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 그리고 잠깐 PF팀
- 작년 말 팀이 사라지며 이런 저런 사단을 겪고, PF팀에 갔다. 그 간의 맘고생은 이직의 강한 원동력이 되었으며, 나의 내부 프로세스를 풀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팀에서의 나의 목표는 있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유의미한 작업을 남겨두고, 내 이력서에 써먹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회사도 윈윈이다.
- 한달 남짓 있는 동안 백여개의 API 명세서를 작성했고, 20개의 버그를 고쳤으며, API 명세서 자동화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파이프라인 개선을 통해 배포 속도를 2.5배 상승시켰다. 그리고 팀 내 wiki 카테고리 정리 및 모든 문서 정리를 마쳤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대단하다. 아마 이직할 맘이 없었다면 못했을 것 같다. 1월부터는 공부도 엄청 열심히하고, 이력서도 열심히 쓰고.. 뭐 그랬다.
떠나는 지금의 마음은?
사직서를 낼 때는 때가 됐다
는 마음이 강했다. 더 이상 미룰 필요도, 간 볼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었다.
- 일단 어딜 가든 일단 갈 수는 있을 것 같았고(면접 예정인 회사가 계속 존재하고, 최종 합격 경험이 있었던 것이 컸다.)
- 여기서 할 일은 마무리한 것 같았다.
그래서 모두가 걱정했지만, 다른 곳에 이직이 확정되기 전 사표를 냈다.
일단 회사 내부에서의 지긋지긋한 짓거리들(이상한 의사결정, 돈 없다는 소리..)을 그만 겪고 싶었다. 그럼 정말 가고 싶은 곳이 아닌 빨리 떠날 수 있는 곳으로 이직을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곳에 떨어져도 어차피 다시 돌아올 것도 아니니 질질 끌 필요가 없었다. 차라리 지금 시기에 이직할 회사 면접에 집중해서 이직을 성공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했다.
스스로는 매우 합리적이고, 확고한 선택을 했다!
그치만 떠나는 중 인사드리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걱정(?)을 듣는 스트레스가 꽤 있어서, 후배에게는 이직하고 퇴사하라고 말해주고 싶다..ㅋㅋ
앞으로는?
예정된 면접이 두 군데 있다.
한 곳은 중견회사의 AI 개발팀이다. 신설팀이고, 대표직속으로 밀어주는 팀인 것 같다. 아직 체계는 없지만 그래서 내가 더 열심히 이끌어볼 수 있을 것 같다.
한 곳은 AI 솔루션 스타트업의 TPM 직군이다. 원래는 DevOps로 지원했으나, TPM 포지션을 제안받아 면접을 진행하게 되었다. 원래 전혀 생각지 못하던 포지션이지만, 나 잘할 수도..?하는 마음에 욕심이 나기도 한다.
아직 두 직무 다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어디든 취업은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어디든 붙는다면 쪼끔은 쉬면서 나의 첫 퇴사를 즐겨봐야겠다.